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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는 대단해

눈물점_미야베 미유키

by 북치고영 2024. 5. 19.

 

가슴이 따땃하면서도 '자지러지는 개그'가 그리워 미야베미유키를 골랐다.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는 '벌써 여섯 번째 권'이며

미시마야가家의 룸펜이나 다름없던 차남 '도미지로'가

'흑백의 방'에서 괴담 청자(호스트) 이번에 교체된 것임을 '필자후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사람은 돈이 많아지면 '컬렉션'을 하는 취미를 가지게 마련이라는데 어찌 동의하는가?

 

나름 '삶의 질'이 나은 축에 들었기에 '괴담'도 수집하는 거라고 생각된다.

 

큰 돈까지는 아니어도 고급 다과와 장소정비, 호위를 두는 데에 당연히 비용이 들 것.


일본의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주머니가게 미시마야가 마련한

'특이한 괴담 자리'에서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엮은 것이다.

-눈물점

-시어머니의 무덤

-동행이인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

 

괴담은 회가 거듭될 수록 속이 깊은 이야기가 되면서

듣고 버리기 무거워진다.

 

'눈물점'과 '시어머니의 무덤'까지는 워밍업이다.

 

동행이인부터 본격적으로 '머리'가 뜨거워진다.

화자인 가메이치는 엇나간 마음으로 집을 나가 파발꾼이 되어 살아간다.

 

가정을 이루어 부모의 입장이 되고 보니

철없던 시절의 엇나간 태도를 반성하고

부모님과의 관계도 회복해 가면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역병이 온 동네를 휩쓸어

파발꾼이 먼 길을 돌아 집에 돌아왔을 때는

더 이상 남은 가족들이 없었다.

 

절망과 슬픔으로부터 도망치듯

파발꾼으로서의 삶에 매달리던 가메이치에게

소름 끼치는 동행이 따라붙는다.

 

섬뜩한 무언가가 쫓아오는 바람에

살려줘 ’ 가 자연스러운 소망이 되고

역병에 잃은 가족들 생각에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다.

 

요괴와 엮이게 된 이유를 찾다가

같은 상실의 아픔을 겪은 동지임을 알게 되었고

비록 원령(아무튼 원한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이라 할지라도

함께 있음에 안심을 하기도 한다.


나 역시도 가끔 ‘요괴’나 ‘귀신’처럼 성가시고 끔찍한 것들에 대한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는데

저열한 수준에 대해 계속 떠올리느라

내 시간이 낭비되고 있음을 알면서도 떨쳐내지를 못한다.

 

아마도 내 안에 있었던 저급한 본성을 부정하고 싶음과 동시에

나에게 공감해주지 못하는 ‘자아확장’의 배신.

‘ 변절 ’에 대한 ‘ 분노 

 

상대의 잘못을 마구비난할 때의 ‘전제’는

‘나는 그렇지 않은데’, ‘왜 너만 그래’이기 때문에...

메타인지가 절실하다

 

사람은 변하게 마련이고

내가 알던 사람은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닌 것일 뿐이다.

 


뭐가 되었든 동행은 큰 위로가 되어

다시 삶을 구동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굳이 그렇게 마음 의지할 곳이 필요한가?

라는 맹숭한 생각을 해왔던 나는

어쩌면 내가 ‘의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뿐,

나의 가족, 그리고 멀어진 지인, 그리고 나의 고양이들에 ‘의지’하고 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각자 단어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인상’을 갖고 있을 뿐

사실적 ‘정의’와는 거리가 멀 때도 많다.

 

어쨌든 내 이야기는 중요한 게 아니다.


마지막 구로타케 어신화 저택은 무릎도, 이마도 탁 칠 만한 기가 막힌 이야기다.

 

빙그레 미소 지은 '취향의 문장' 몇 개만 남겨본다.

 

p331 그 ‘이렇게’의 경위가 도무지 요령부득이어서 도미지로는 맞장구칠 여력을 상실한 채

잠자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다과로 ’다우에가사‘’ 다우에가사‘라는 최고급 모나카를 내놓았는데 아까웠다.

 

p343

금령은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니, 사치 금지의 시대가 다시금 도래하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p604

죽는다고 해도 납득이 가는 죽음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으니까

 

p626

오아키의 얼굴은 무사하면 좋겠구나.

청아한 배려를 모은, 맑은 물 한 방울 같은 말이다.


마치면서,

나는 일본말은 잘 모르고 한자도 모르기 때문에

등장하는 여자들의 이름이 왜 죄다 오~  로 시작하는지 모를 일이다.

오아키, 오케이, 오하나, 오치케.....

 

.... 미미여사님... 헷갈린단 말이에요..

자존심 세우지 않는 인물의 등장은 항상 기분이 좋다.

내가 추구하는 인간상에 대해 칭찬을 받는 기분이다.

 

모처럼 신이나는 단짠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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