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나오키상 수상작'과 함께
실패가 없는 타이틀이다.
10여 년 전 다니던 회사 팀장님의 소개로
일본 문학을 접하게 되었는데
이후 추리소설에 제대로 빠지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는 일본이라고 하면
상당히 쇄국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문학에 한해서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읽은 지 10여 년을 넘기다 보니
결말이 기억 나지 않아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작가의
‘13 계단’과 ‘제노사이드’를 읽고
전율의 며칠을 보냈었다.
최근 ‘건널목의 유령’을 읽었는데
초현실적인 요소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점은
아쉬웠다.
등장인물
1. 사카키바라 료 : 보호관찰관을 죽였다는 기억에 없는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죄수. 사고 후유증과 여러 가지 원인으로
기억을 잃었지만, 막연하게 계단을 오르던 모습이 떠올라 변호사에게 편지를 쓴다.
2. 난고 :40대 교도관
집안 사정으로 형에게 대학 갈 기회를 양보한 후
최대한 공정하게 출세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 흘러 들어왔다.
사형집행 이후, 죄책감과 트라우마, 사형제도의 맹점,
사형을 둘러싼 공무사회 절차의 불공정성,
응분의 감정과, 교화의 목적 둘 사이 절반으로 나뉜 마음으로
속죄하듯 사카키바라 료의 원죄(冤罪: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밝히려 한다.
3. 준이치 : 20대 상해치사 전과로 복역을 마친 보호관찰자
비행청소년 시절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본인이 입을 다물어 진상은 알 수 없다.
의도치 않았던 자신의 범죄로 가족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것을 알고
난고의 ‘사형수 원죄 밝히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성공보수로 부모님을 돕고자 한다.
강렬했던 시작은 기억하고 있었다.
사형은 불시에 진행되고
덮쳐온 죽음 앞에 곧장 생리적 존엄이 무너져 버리는
무기력한 생명체의 비명으로 가득하다.
불운한 유년기, 으레 범죄자들의 전매특허 같은
비스듬한 어린 시절이 모두를 끝까지 휘두르지 못한다.
인간은 안 가본 길을 상상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니까.
주요 골자
1. 난고는 같은 날 출소된 두 청년 중 굳이 준이치를 골라
조수로 고용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 준이치의 사건 기록을 보면
피해자는 오히려 준이치를 폭행하려다가
자신의 운동력을 제어하지 못해
제발에 걸려 넘어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준이치의 죄책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3. 사카키바라 료의 무죄를 밝히기 위해
거액의 상금을 건 독지가는 누구일까.
무명의 독지가는 사카키바라의 누명은 확신하지만
준이치의 상해치사죄에는 어쩐지 난색을 표한다.
4. 사카키바라 료의 사형을 언도한 검사는
증거가 될 수 없는 꺼림칙한 느낌에
그의 무죄방면을 바라며 난고에게 협력한다.
본능과 이성의 싸움.
죽음으로 앙갚음하고 싶은 마음과
용서라는 높은 수준의 구원 목표.
사형 존폐의 논의가 치열한 싸움이 되어 지독하게 버티는 배경이다.
p317
법률이라는 것은 항시 권력 측이 자의적으로 이용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일본 같은 나라에서
이토록 법리의 허점과 개인의 윤리가 날카롭게 묘사된 소설이 나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여기나 거기나 개개인은 다양하고 정치가 문제..)
더할 나위 없이 잘 빠진 문장.
미미여사의 심사평을 빌자면 이지적인 문장이라며...
미미여사가 '에도가와 란포상' 심사위원으로 있는 동안에는
가장 최단시간 결정된 수상작이라고 한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눈부신 데뷔작.
같이 보면 좋겠다.
'미스테리는 대단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밤은 잠들 수 없어_미야베 미유키 (0) | 2024.07.26 |
---|---|
외딴집-미야베미유키 (0) | 2024.07.09 |
인내상자-미야베 미유키 (0) | 2024.06.17 |
눈물점_미야베 미유키 (0) | 2024.05.19 |
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미유키 (1) | 2024.0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