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미여사냐!
벼랑 끝에 위치한 우리 집에서 읽으면
소설 속 '마른 폭포 주택'에 유배 된
가가님 흉내를 낼 수 있다.
원령, 저주, 귀신 등으로 불리는 가가님은
신비로운 비련의 엘리트 연예인 느낌이라
나와 비슷한 점은 찾기 어렵다.
상하 두권 구성, 각각 400페이지 이상.
재미있어서 팔이 아플 정도로
붙잡고 보게되었다.
수면의 질은 각오하셔야할 듯.
이에야스공이 쇼군인 시대로 1549~1605년 정도로 예상.
1. 주인공 '우사'
여주인공 ‘우사’가 히키테(오팟피키보다 급이 낮은 방범치안직군)라는
직업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과
그것을 응원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은
이 소설 속 가장 큰 픽션일 것.
교육도 없던 시대에 원초적인 힘의 차이가
종사할 수 있는 업무의 차이로 이어지는 게 당연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이 허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차별을 그렸을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괄시받고 자라다 보면
내심 삐뚤어지기 마련이지만
‘우사’는 불리한 삶의 방식을 택한 와중에
항상 온화하고 밝게 일하는 태도를 동경하는
현명하고 성숙한 처자다.
2. 주인공 ‘호’
번의라고 해서 ‘번’이라는 지방행정구역에 소속된 의사인
겐슈 선생의 배려로
타지역까지 와서 버림받은 어린여자아이 ‘호’가
고용살이겸 보살핌을 받고 있다.
‘호’는 출생부터 집안의 수치로 제대로 된 돌봄을 받은 적이 없다.
겐슈 선생에게는 남매가 있는데 장남 ‘겐이치로’와 누이 ‘코토에’가
‘호’를 불쌍히 여겨 글과 집안일을 가르친다.
어느날 천사 같던 ‘코토에’님이 살해를 당하고
‘호’는 범인을 제대로 똑똑히 목격하지만
주위의 어른들은 사실을 은폐하기위해
모두 ‘호’의 증언을 외면하고 만다.
‘호’는 바보의 '호'라고 불리며 소설 속에서는 경계성 지능 정도로 취급받고 있지만
10살 남짓은 실제로 너무 어리고
어린 시절 감정의 교류를 겪은 적이 없을 만큼 방치된 채 자랐기에
충분히 눈치가 없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또다른 픽션 중 하나.
장남 ‘겐이치로의 사리분별이다.
그는 ’우사‘와 ’호에게
사물의 이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법,
아직 모르는 것과 알고 싶은 것,
앞으로 어떻게 하면 모르는 것을 알게 되는가 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했다.
1500~1600년대이다.
동물적으로 중앙집권 이상을 생각하기 어려운 시대에
특히나 다채로운 민간신앙에 휘둘리는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상
100퍼센트라고 할 순 없으나
거의 불가능한 사고방식인데다
(소설 속에서는 천재지변을 포함해 모든 재앙, 재해, 불운까지도
모두 가가님탓이라고 한다)
그저 거렁뱅이 계층에 불과한 ‘우사’와 ‘호’ 가
합리적인 사고를 배운다고 곧장 동화되거나
실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기 때문에 오히려 ‘도리에 맞지 않은 일에 거칠게 반항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외딴집’의 큰 얼개는
집단의 미신적 사고가 빚어낸 두려움, 그리고 그 공포심을 이용한 프레임전환.
대중의 눈을 가려 엉뚱한 곳으로 폭력을 증폭시키고
모두가 한 곳에 정신이 팔린 사이
사사로운 이득을 챙기려고 살인도 불사하는
재벌가, 고위간부, 혹은 정부의 작태로 볼 수 있다.
미미여사는
제 아무리 '정의'일 지라도
성급하게 처리하는 것과 화를내는 것은
가장 어리석은 방식이라고
어른된 입장에서 귀뜸해주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각자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보인 적 없는 얼굴.
이를 드러내고 있는지,
절망으로 울고 있는지
억지로 원수를 구별하려고 들지는 않는지...
지금 여기에서 어떤 얼굴로 앉아있는지
돌아보게끔 하는
소설이상의 지침서로
미스터리, 재미, 교훈 다 잡은 모처럼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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