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it out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지음

by 북치고영 2023. 12. 4.
나는 '큰글자책'을 읽었다. 인터넷에서 갈무리.

 
*보라색은 책 내용
p140
명명은 약속된 기호야. 전쟁 중에 종로가 폭격당해서 건물이 다 쓰러져 없어져도 우리는 그곳을 여전히 종로통이라고 불러.
그게 언어고 우리는 언어를 기반으로 생각을 하는 거야. 정리하자면 물질 그 자체가 언어가 아니라
차이의 의미가 언어란 말일세.
 
이 문장을 보니 '나'와 '너'가 떠올랐다.
가장 간결한 차이의 이름.
인간이라는 물질은 같다. 우리는 차이를 넘어서 서로가 틀렸다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 중에
대명사로 이야기하는 경우를 꼽고싶다.
"자꾸 그러면 저기하니까....."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단어를 까먹는 거야 이해하지만
젊은 나이에 이런 말버릇을 가졌다면 답답한 노릇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은 굉장히 감격적이다.
나를 휘몰아치게 하는 이 상황, 이 감정에 제대로 된 '이름 붙이기'를 하는 것에서
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
P186
철학자 칸트가 바로 그 세 가지 영역을 질서 있게 정리했어. 진실은 '순수이성비판'에서 다루고,
선악의 윤리문제는 '실천이성비판'에서 다루고 아름다움에 관한 것은 '판단이성비판'에서 다뤘지.
그게 모여서 서양의 세가지 기준인 진선미가 된 거라네.
 
칸트를 이렇게 간단하게 이해시켜 주시다니.. 
생각을 다루는 인지론(진)-순수이성비판
실천을 다루는 행위론(선)-실천이성비판
표현을 다루는 판단론(미)-판단이성비판
 
동양의 문화라고 설명해 주셨지만
조선시대의 인재를 등용하는 기준으로 '용모단정'이
진(능력)과 선(인품)과도 관계있다는 믿음은
근래까지 흐릿한 눈으로 남아있다.
 
서양의 중세라는 거대한 신의 영역에 대한 반향.왕조보다 더더욱 덮어놓고 아리송한 그 시대를 관통한 결과이다.
 
--------------------------------------------------------------------------------------------------
p190
따지고 보면 윤리학을 죽인 게 심리학이야. '내가 악해서 저 사람을 죽인 게 아니야. 스트레스받아서 그런 거야.' 이렇게 분석하거든. 심리는 윤리적인 게 아니니까..... 윤리학은 정신적인 건데, 심리학이 생기면서부터 과학이 됐어.
 
자신의 행동을 두루뭉술하게 "그때는... 주변사람들이 다 나를 해치려는 것 같았어"
라고 심신 미약 상태를 강조하며,
제대로 된 판단을 못했다고 변명하던 이가 떠오른다.
그 이가 특별히 악랄한 '사건'을 저질렀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모든 범죄자들이 하는 변명이랑 다를 바가 없지 않나.
 
악의는 크기를 막론하고 분별하지 못하는 '흐린 눈'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
P406
불현듯 '별들의 오해'라는 말을 썼다. 우리는 몇십만 광년을 걸려 지구에 도달한 별빛을 보고 있지만,
이미 그 별은 사라진 별일 거라고. 너와 나 사이에 있는 사랑, 믿음, 미움....
그 마음을 내가 느꼈을 법한 순간에 이미 네 마음은 그보다 먼 데 가버리고 없는지도 모른다고.
너와 나라는 별은, 이미 마음이 지나간 길, 식어버린 빛, 그림자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갑자기 그녀와의 이야기를 해서 난데없지만.
그녀와 나는 항상 1년이나 3년의 거리가 있었다.
그녀는 뒤늦게 사과를 해오곤 한다. 비겁한 거리(distance)에서..
그녀를 붙잡아 보려고 했던 내 욕심이 빚은 참극이다.
 
지금 여기에서의 자신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녀는
'거울'이라는  스승이되었다.
 
지금, 여기에서 존재하라는 가르침으로 남았다.
 
p433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유전은 내 조상의 정확한 이력서예요.
 
나는 원동력이라는 말을 쓰길 좋아하는데.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는 '자신만의 동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너 존재했어?
너답게 세상에 존재했어?
너만의 이야기로 존재했어?

남의 눈치만 보면서 최대한 '일반'에 맞추고
선택과 결정을 남에게 미뤄 책임지기를 연습하지 않는 인생은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남의 죽음은 철창 안의 호랑이 보듯 하지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철창밖에서 날뛰는 호랑이를 대면할 때가 오리란 걸 알지 않은가.
호랑이의 이빨이 살갗을 파고들 때의 고통 앞에서

너 존재했어? 

답할 수 있을까...
 
죽음을 기억하지 않으면, 존재하기를 멈추는 겁쟁이들에게
멈추지 말고 현재를 살아가라 독려하는 스승님의 따스한 어깨동무가 느껴진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