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과학자의 서재’에서 추천해주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진화심리학을
정식으로 전공한 학자라고 한다.
최재천교수 연구실에서
‘한국산 침개미의 사회구조연구’로
행동생태학 석사를 받으셨다니
과연 그런 선생님의 학생은
배려나 인격을 같이 배우게 되는걸까?
머리말에도 ‘다윈의 렌즈’로 일상생활을 들여다 보는
‘어설프게 스케치한 에세이’라고 소개한다.
눈높이를 맞추려 허리를 숙이다 못해
무릎 꿇고 설명중이신 작가님이시다.
물론 아무리 쉽게 설명해 준다 한들,
생물학 용어들이고
통계와 과학적 근거로 만든 방정식같은 문장을
유머와 센스로 버무리셨어도
친절한 눈높이 선생님 앞에서 고개를 떨구는 학생이 되고 만다.
그 모지리 학생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이유는
볼썽사나운 ‘혐오’
혐오때문에 왔지만
혐오 정도는 가뿐히 넘어
큰 틀을 이해하게 해주었다.
진화심리학이란?
인간의 마음이 설계된 목적, 즉 인간의 마음이 어떤 목적을 수행하게끔
자연선택에 의해 설계되었는지 질문한다면,
우리 마음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의 행동까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p238)
나의 주된 발작 버튼은
어떤 분야에서던지 (특히, 정치적 입장에 있어서),
그저 본인 주변의 의견을 따르는 것 뿐이면서,
마치 거창한 대의적 명분이라도 있는 체 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는데
막연히 혈연, 지역 사회에 속한 생활에서 트러블 없이 지내려는 보신주의가
태어날 때부터 일관한 신념이 있다는 듯이
나는 모르는 이 세상의 비밀을 간직한 듯이굴면(설명도 못한다는 소리)
기어이 빡이 치고마는 것이다.
다행히 책에서 비슷한 사례를 통해
어쩌다 이런 행동의 기제가 생겼는지 알려준다.
P190
도덕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는 직관이 추론에 우선한다고 주장한다.
즉, 대부분은 도덕적 정서가 어떤 행동의 정당성에 대해 재빨리 최종 판결을 내린다.
이성에 의한 도덕적 추론은 이렇게 정서에 의해 주어진 결론을 사후에 합리화하는
조연에 불과하다.
......따라서 도덕적 추론이라는 갓 데뷔한 햇병아리가
도덕적 직관이라는 노회한 베테랑을 제치고
도덕 판단을 내리는 주인공으로 발탁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한다.
도덕적 직관은 불확실하고 위험한 세계에서 살아남고자
어떤 사건의 옳고 그름에 대해 빠르고 즉각적인 판결을 내린다.
.........다른 하나는 정서의 개입이 거의 없이 합리적 이성에 의해 결론에 도달하는
도덕적 추론이다.
어느 편에 얼른 속하고 싶어 안달하는 것 같다.
P189
인간이라는 동물은 보편적인 도덕 본능을 진화시켰다.
오랜 세월에 걸친 자연선택으로 만들어진 이러한 도덕 본능이
우리로 하여금 무엇이 옳고 그른지 즉각적인 판단을 내리게끔 한다.
‘본능’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제법 큰 용기를 냈다.
많은 이들에게 본능은 별로 흥미롭지 않은, 유전적 고정된 행동 패턴을 의미한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조류의 지성을 본능이라고 부름으로써
‘언어적 거세’를 시도하는 인간종의 오만함을 우려하신 듯 하다.
혐오에서 나를 구하려고 답을 찾다보니
나라는 존재가 조상들의 유전자에 의한 행동패턴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지금의 나 처럼,
답을 구하지 못해 전력을 소진해버린 유전자가 있는걸까.
그의 비겁한 내면.
그녀의 회피하는 말버릇.
나의 호전적인 일면까지 모두.
도덕적으로, 경제적으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유전자의 꼭두각시 그 자체에 불과할지 모른다.
앞서 읽은 ‘샘 해리스의 자유의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우연찮게 순서가 잘 맞았다.
유전자에서 우러난 무의식적인 행동이었어서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하고 변명하는 거였다면...
그러면 좀 이해해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덕 본능 외에도
달콤한 것을 선호하게 된 배경,
다른 과제를 수행하느라 결과적으로 달라진 남녀의 차이,
물에 대한 애착, 조망과 피신에 따른 자리 선호도 등
우리가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것들이
무슨 목적에서 설계되었는지 친절히 알려주는 책으로
생물학적 나를 들여다 보는데 꼭 필요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일기는 일기장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있을 때 화내는 나에게..('화내는 당신에게'를 읽고) (0) | 2024.07.16 |
---|---|
다시 봐도 킹받는 자유의지 ('샘 해리스의 자유 의지는 없다'를 읽고) (0) | 2024.07.12 |
제목은 로맨스, 알맹이는 '라떼 was...' (비밀의 화원을 읽고) (2) | 2024.05.28 |
한 밤의 채터링 (채터를 읽고 난 후) (0) | 2024.05.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