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데 약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녀들은 왜 그렇게 점을 보러 다닐까?
나는 샤머니즘과 정녕 무관한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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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위와 같은 의문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전체 700페이지 중 658페이지에서 해당 질문은 명쾌히 해소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에게 샤머니즘을
그저 돈만 내면 점을 쳐주는 흥밋거리 내지는, 공감의 문화(틀린 말은 아니다)로 이해되었다.
크게는 지리적 영향권 아래에 있지만
한국 샤머니즘은 지배적인 시대의식에 부족한 것을 보상한다.
'이부영'교수님의 무속 신앙에 대한 사려 깊은 존중과 통찰,
겹겹이 쓰인 아름다운 문장 너머
깊고, 넓은 학문적 소양은 감히 이해하기는 고사하고
읽어가는데에만 고초를 겪었다.
지은이 이부영 교수님
현장을 찾아다니며 기록하고, 자료로 수집해 정리하고
시간과 감정을 들여 면담하고, 해석해 온 과정을 망라한 책을
나 같은 이도 볼 수 있도록 역사로 남겨 주심에 정말 감사드린다.
P659
판단 불가능한 곤경에 빠지면 점복의 수단에 매달리는 습성은 미지의 운명을 기다리고 견디며 살아가는 인내심의 부족,
무조건 점괘에 매달리는 의존심의 조장, 피암시성의 항진, 자기의 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용기의 부족 등
인격의 성숙이라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측면을 지닌다.
...........
이 내용만 보면
점복에 매달리는 것에 굉장한 거부감을 가진 듯 보이나 결코 그렇지 않다.
인간은 무의식을 완전히 의식화하지 못하고
미지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것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통적인 점복법이 실제로 합당한 방법이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
남의 흠을 굳히려다, 나를 돌아보게 하는 책.
무속신앙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미리 결론을 내리고
내용을 짜집기해 어떻게든 내 마음에 맞춰보겠다며
이 악물고 골라잡은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사람에게서, 상황에서 마술적 기대를 가지고 있지는 않은가?
돌이켜 보면 내 삶의 ‘설명불가능’의 한계는 꽤 많았고
그때마다 무의식적 호불호에 의존해 대충 처리해 왔다..
애초에 분석적, 개념적 역량이 부족하고, 논리적 사고 방법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자의식이 무의식을 인지할 만큼 성숙하지도 못했다.
사건의 개요와 느껴야 할 감정까지 남의 입으로 듣고 나면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로
이 무리에 속할 자격이 있음을 안도하곤 했다.
ㅎㅎㅎ
한국인에게는 '한'이라는 감정이 있다고들 하지 않은가.
역사적으로 늘 있어 온 착취적인 지배계층,
유교적 압박에 '삶 같지 않았던 삶'을 살아낸
나의 조상들과 그들로부터 받아온 교육이 만들어낸 결과를
어찌 쉽게 알아챌 수 있을까.
현재도, 서열화, 계급화, 차별화로 분통 터지는 생활을 이어가는
현대인들의 삶은 답답하기만 하다
'감정을 충분히 연소하여 미련 없는 삶을 완성'하자.
우리는 말과 표현, 충분한 의사 전달에 대한 중요성을
교육받지 못했다.
유교적 완성폼인 '점잖은 사람 '이 되기 위해서.
연습과 시행착오 없이 오로지 '점잖은 체'를 하느라
꼭 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못해 앙금을 남겨둔 것은 모른 체 하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에게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내 선택과 결정에는 책임이 따른다.
어쩐지 삶의 모든 재앙의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만 같다면.
샤머니즘적 작동원리를 의심해 보자.
이건 너무 좁은 범위이긴 하다.
*맺음말
이 책은 에세이도, 문학도 아니고
여러 논문의 집대성이자 고도의 학문이지만
(마음을 치료하시는 분이시기에 너무 당연하겠지만)
섬세하게 감정을 어루만지는 문장들은
보기만 해도 큰 위로가 된다.
지성과 인성을 어떻게 떼어놓고 생각할 수 있으랴.
고르고 고른 표현,
갈고닦은 시간과 정성이 느껴지는 깊고 담백한 시와 같은 맛이다.
내 입과 혀가 무디고 지성이 부족해
정작 감상밖에 적지 못했다.
P692
합리적 사고와 판단, 위기를 뚫고 나가는 용기와 의지, 불확실성을 인내하고 견디는 능력,
스스로 생각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 고통을 참을 줄 알며 갈등 속에서 그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능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방면의 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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